Original in English by Rachel Jans
Korean translation by Joy S. Kim
이미래 (Mirae kh RHEE/李未來)는 조각, 비디오, 퍼포먼스, 새로운 기술, 사진, 회화, 삽화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소속감 (belonging)이라는 개념과 이세상에서 작가 자신의 위치를 고려하고 추구하는 학제간 예술가 (interdisciplinary artist)이다. 이러한 접근방법은 인간의 정체성 형성과정에서 국가, 공동체, 문화, 그리고 성별 (gender)이 가지는 역할이라는 더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를 빈번히 야기시킨다. RHEE은 자신의 아주 개인적인 해외 입양 경험을 바탕으로, 또는 더 넓게는 세계적 이주(移住), 무역 통상, 그리고 문화전승의 맥락에서 주제를 정하고 작업을 한다. 그녀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나 백인 미국인 부모에게 입양되어, 미시건주 (州) 디트로이트시 교외에서 성장했다. 작가는 시카고 예술대학교 에서 미술학사 (BFA)를 받고 University of California-Irvine 에서 미술 석사학위 (MFA)를 수여했다. RHEE는 지난 14년동안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으며, 대한민국과 미국에서도 활발한 작업활동을 해 오고 있다.
일곱자매 (실종된 메로페 편 /Missing Merope Version) 이라는 몰입형 설치예술품은 14개의 대나무로 만들어진 길쭉한 모형들이 갤러리 천장에 매달려 있는 설치품이다. 속이 텅 빈 조각품들은 모두 바이저(visor) 모자를 쓰고, 갤러리 벽과 바닥에 다채로운 색감을 비춘다. 한편으로는 마치 상업지역의 현란한 밤거리를 상기시키는 공간을 조성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초자연적인 천상의 세계를 조성한다. 고대 신화, 한국 전통물품과 밤하늘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천상의 별자리를 언급하며 RHEE는 그녀 자신이 이 세상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찾아가는 사적인 여정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우주라는 관점에서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지리, 시간과 문화의 경계를 넘는 여성들의 이야기의 한 가닥으로 엮어 나간다.
RHEE가 선택한 매달려 있는 대나무 원통형 모형들을 포함한 한국전통품들은 ‘문화 복구’라는 개념의 한가지 유형을 대표한다. 이 작품은 자신이 태어난 곳이지만 타국에서 성장하며 전혀 모르던 모국문화를 이해하고 연결하고 공감하여 그 문화에 참여하기 위해 처음 시작되었다. RHEE는 이 설치예술품을 그녀의 횡문화품(横文化品) Transcultural Artifact 시리즈의 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이 시리즈는 민속 예술이나 민족지학적 전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 전통품들—즉 무속의례나 조상제례와 관련된 물건들—과 한국문화와 관련된/ 한국문화를 연상시키는 현대 상품들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대나무 죽부인 (竹夫人)은 대오리로 길고 둥글게 얼기설기 엮어 만든 속이 비었지만 단단한 기구로 고려시대 (918-1392)이래 존재하는 ‘몸 베개’ 라는 아주 평범한 물품이다. 이것은 기발하게 디자인된 냉각 장치로 덥고 습한 여름 밤에 공기 순환을 원활하게 하며 육체를 지탱한다. 일반적으로 죽부인을 껴안고 다리를 올려 잠을 자는 것이 전형적이다. 이 베개의 이름은 대나무 “죽” 과 “부인”의 합성어로, 여성의 본질적 역할은 남자에게 수동적으로 헌신하는 것 이라는 관념을 보강한다. 이렇게 아주 평범한 물건에서부터 음험한 문화 관념이 아주 쉽게 전세(傳世)되는 것을 실증한다.
한국 역사상 죽부인이 일상 생활의 일부분이었듯 죽부인과 비슷한 디자인과 기능을 가진 대나무 베개는 아시아 대륙을 걸쳐 오랫동안 사용되었다. 때때로는 이름 또한 [죽부인 과 같이] 성별을 반영했다. RHEE는 대나무 베개가 상업 통상로 (通商路)를 통해서 아시아 지역 폭넓게 분산되었다는 점을 가정해서 죽부인과 여성의 대상화 (objectification), 상품화, 그리고 인신 매매를 연결한다. RHEE는 이 빛나는 모형들을 통해서 환경과 역사로 얽매인 여성들, 특히 일본제국이 한국과 동아시아에서 일본군 성노예로 강제적으로 징용한 종군 위안부 (慰安婦)를 포함한 여성들을 예우(禮遇)한다. 이러한 역사상 만행에는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이 있고 이 폭력적인 행위로 위해(危害)를 당한 여성들의 엄청난 숫자는 충격적이다. RHEE의 조형은 이러한 만행의 범위, 그리고 인정과 정의를 요구하는 집단적인 연대 능력을 논한다.
이 설치작품은 RHEE 자신이 속해 있는 200,000명 이상의 해외 입양인들의 대열을 언급하기도 한다. 작가는 주로 여자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던 입양인들이 모국에서 강제로 소외되고 이주당하는 과정을 “한국인의 은페된 강제 해외이주”라고 정의한다. 1976년 입양된 작가는 가장 많은 수의 한국인들이 해외로 강제이주 된 시대에 속 한다. 1970년 초부터 급증가한 아동들의 해외 이주는 1986년 최고조에 달한다. 당시 해외로 입양된 이들의 대부분은 서류상 ‘고아’로 기록 되었고, 작가 또한 서류상 고아였다. 신문 방송을 통해 보도된 바로는 70-80년대 당시 입양기관들이 해외 입양과정을 빠르게 진행시키기 위해서 이들의 호적을 위조하고 출생에 관한 사실을 왜곡했다. RHEE는 자신의 태생에 관한 정보도 다른 수 많은 입양인들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위조와 왜곡된 이유로 불투명하다고 의심하고 있다.
고무신 한 켤레는 모국을 동경하는 마음을 애통하게 호소하며 반짝이는 루비색 슬리퍼로 변모한다. 조선시대 전통적으로 통용하던 당혜(唐鞋)와 비슷한 모습의 고무신은 매달린 대나무 모형들 아래에 위치한 거울위에 놓여있다. 다른 신발들이 지면이나 땅/지역에 견고하게 근거를 둔 존재함을 시사한다면, 매달린 모형들이 위를 맴돌고 있는 이 고무신은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반짝이는 횡문화품(横文化品/
Transcultural Artifacts) 고무신은 작가 자신이 대륙과 문화, 그리고 정체성 (identities)의 사이에서 존재 하는 것과 평행한다. 메로페 (Merope)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플레이아데스 묘성(Pleiades, 昴星)의 일곱자매 중 하나로 그 또한 ‘중간 (中間) 사이’의 상태에 존재한다. 이번 설치조형물에서 실종된 메로페 (Missing Merope)는 갤러리 뒷쪽 나선형 계단에서 부동(浮動)한다. 제우스는 (Zeus) 메로페와 그녀의 자매들을 오리온 (Orion)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그들을 별자리로 만들었다. 이 신화의 다른 변형본에서는 오리온이 메로페를 겁탈하고, 메로페의 아버지는 오리온을 벌하기 위해서 그의 시력을 잃게 한다. 신화에 따르면 메로페는 신이 인간과 결혼을 했다는 부끄러운 치욕 때문에 다른 별보다 그 광채가 흐리고 밝지 못한다고 한다.
대나무 모형들이 쓰고 있는 바이저 모자는, 여성들이 자신들의 미모를— 더 나아가 그들의 가치를— 뜨거운 햇빛으로부터 보호해 흰 피부를 보호하도록 길들여 지는 여러 행동 중 하나를 시사한다. 설치물에서 바이저는 익살스럽기도 하고 음흉하기도 하다: 마치 가부장제도가 여성들과 하류층의 사람들을 분리하고, 그들을 외롭고 외지(外地)에서 수치심을 느끼도록 하는 것을 상기시키는 곁눈가리개 (blinder) 와도 흡사하다. 일곱자매 (실종된 메로페 편/ Missing Merope Version)에서 RHEE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여성들의 삶을 규정했던 고통스러운 조건들을 명민하고 현실적으로 고찰한다. 작가는 여성들이 공유하는 삶의 체험을 토대로 그들 만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유대관계와 그들 만의 집단 공동체 또한 이 작품을 통해 조명해 본다. 이를 통해 작가는 “친족 관계” (kinship)가 가질 수 있는 다양한 형태를 인지하는 것 자체의 힘을 밝히고 있다.